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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VO/볼보, 그거 아세요?

[펌글] 그가 1억짜리 SUV 타는 이유 “치료비보다 싸다”

그가 1억짜리 SUV 타는 이유 “치료비보다 싸다”

신형 XC90의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 후 결과물

 

오만일까 자만일까. 2020년까지 볼보자동차로 인한 사망자를 아예 없애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누가요? 볼보가요. 모터쇼마다 혹은 신차발표마다 공공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다소 황당했습니다. 지금 당장 차를 팔아야하는 브랜드의 급박한 목소리일 것이라는 추측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볼보는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자본을 투자한 뒤 새 차를 엄청난 속도로 내놓고 있었거든요.

충돌테스트용 인체모형, 더미

충돌테스트용 인체모형, 더미

 

 

볼보는 불과 50만대를 생산하는 작은 회사입니다. 1000만대를 돌파한다고 혹은 했다고 말하는 회사에 비하면 1/20 수준인 회사입니다. 특별히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수익성이 높은 것도 아니어서 매출도 1/20 수준일 테고 그 수준에서 연구개발비 특히, 안전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해도 대형 회사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계 어느 차에도 없는 안전사양을 개발해 상용화하고 자사의 차로 인한 사망사고를 없애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니 오만일까 자만일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해외 모터쇼에서 볼보 관계자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트럭부터 소형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는데 왜 그렇게 안전만 홍보하느라 집착하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우리는 안전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에 대한 철학은 항상 똑같았다. 우리가 트럭에 가장 먼저 최첨단 안전사양을 적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유명 브랜드들,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하는 대규모 자동차 회사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 사건은 20대 젊은 여성 4명이 사망하고 총 41명의 사상자를 낸 봉평터널 버스 추돌사고였습니다. 대형차의 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볼보의 트럭이 소형차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멈춰서는 테스트

볼보의 트럭이 소형차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멈춰서는 테스트

 

그리고 볼보의 관계자가 해준 “대형차에 가장 먼저 첨단 안전사양을 적용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말한 이유는 “대형차는 사고가 날 경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투싼이 미국 IIHS가 진행한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뒤 불거진 사건입니다. 운전석만 하던 테스트를 조수석도 해봤더니 대부분의 차량들이 합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중에 투싼은 합격한 것이죠. 그 뒤로 내수용차도 안전한가 논란이 일었고 범퍼 형상과 재질과 구조를 둘러싼 수많은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당시 논란이 된 테스트는 운전석이나 조수석의 바깥쪽 25%만 충돌하는, 그러니까 전봇대와 비슷한 기둥이 차의 뼈대가 없는 바퀴 부근과 충돌하며 승객석으로 밀고 들어오는 과정을 살펴보는 테스트입니다. 상당히 가혹한 테스트이며 탑승자의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이 사건이 일어난 뒤 드는 생각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2014년 이뤄진 미국 IIHS의 한 테스트입니다. 2002년 처음 출시한 볼보의 XC90이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유유히 통과했습니다. 신차가 아닌 무려 12년 전 만든 자동차입니다. 신차 투싼이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했느냐 갑론을박을 벌일 때 볼보는 무려 12년 전에 테스트를 통과할 대비책을 세워둔 셈입니다.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교통안전공단 관계자와 자동차 공학자의 의견은 더 놀랍습니다. 당시의 XC90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보면 차가 충돌한 뒤 비껴나가 앞으로 전진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지금까지 본 다른 차와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2014년 미국 IIHS가 실시한 볼보의 구형 XC90 스몰오버랩테스트

 

이유는 2차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 결과에서 차들은 충돌지점을 기준으로 90도 정도 방향을 바꿔 돌아가 멈춰섭니다. 차가 달려오는 도로에서 가로로 서있는 모양입니다. 뒤따라오는 차가 있다면 승객과 정면충돌을 피할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XC90의 테스트에서 차는 앞바퀴가 떨어져 나간 채 진행방향으로 계속 지나갑니다. 아마도 진행방향 그대로 도로 오른쪽에 멈춰 서게 될 것입니다. 2차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탑승객의 2차 사고 충돌 후 부상 정도도 다를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이번 현대 투싼 논란 때 누군가가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수익을 내는 영리사업을 한다. 따라서 법에 규정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를 만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볼보는 그렇지 않은가봅니다. 세계 최초로 1959년 안전벨트를 개발하더니 한때는 이른바 ‘7UP’이라고 부르는 7대의 볼보를 층층이 쌓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SUV XC90은 흙구덩이에 충돌하고 도랑으로 빠져 중심을 잃는 테스트를 진행해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남들이 하지 않는 실험이고 안전을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1959년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 1959년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

 

오만일까 자만일까 우려했던 볼보의 이야기는 이제 좀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볼보로 인한 사망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볼보의 ‘비전 2020’은 볼보가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온 안전에 대한 철학이자 지향점인 것입니다. 더불어 안전에는 항상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차를 생각해 아이들을 위한 시트를 개발하고 심지어 에어백도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만드는 세심함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도랑에 빠지기 직전 볼보 XC90

 

도랑에 빠지기 직전 볼보 XC90

 

도랑에 빠졌던 차가 튕겨오르는 모습

 

도랑에 빠졌던 차가 튕겨오르는 모습

 

볼보가 공개한 신형 XC90 테스트 가운데 하나. 도랑에 빠졌던 차가 언덕으로 튕겨올라갔다

 

볼보가 공개한 신형 XC90 테스트 가운데 하나. 도랑에 빠졌던 차가 언덕으로 튕겨올라갔다

 

볼보 신형 XC90 자체 충돌테스트. 도랑에 빠졌다가 튕겨 나가는 모습

 

볼보 신형 XC90 자체 충돌테스트. 도랑에 빠졌다가 튕겨 나가는 모습

 

 

우리가 모든 자동차 회사에 볼보와 같은 ‘안전철학’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안전을 위해 바뀌지 않는 노력을 지속한 회사가 연간 50만대에 그치지 않고 1000만대를 생산하는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볼보 뒷좌석 안전벨트 볼보 뒷좌석 안전벨트

 

끝으로 소득에 맞지 않게 1억원에 이르는 값비싼 수입 SUV를 산 친구 녀석의 말을 덧붙여야겠습니다.

“내가 5000만원짜리 차를 사려다가 1억짜리 차를 산 건 안전 때문이다. 만약 내가 혹은 우리 가족이 차를 타고 달리다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차 값은 겨우 5000만원 차이지만 치료비는 그보다 엄청나게 더 클 수 있다. 그리고 치료가 된다고 완벽한 것도 아니다. 난 우리 가족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투자했다.”

 

볼보의 충돌테스트용 인체모형, 웃고있다

 

볼보의 충돌테스트용 인체모형,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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