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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VO/VOLVO Story

토르와 시규어 로스가 공존하는 나라…북유럽에서 데려오고 싶은 것

 

 
의자 하나에도 자연과 일상, 타인과 미래 세대에 대한 진진한 배려를 담아내는 북유럽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로움을 전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북유럽 가구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여성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성공을 거둔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와 전 세계 극장을 강타한 <반지의 제왕> <호빗: 다섯 군데 전투>는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것이다. 국민의 행복 순위를 매기는 조사에선 언제나 상위권을 장식하며, 전 세계에 닥친 불황에도 흔들림 없이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북유럽의 문화는 어떻게 대한민국에 안착했나.



‘북유럽’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어느덧 여유로우면서 지적인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셀프 조립으로 상징되는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고 스파 브랜드 H&M에서 쇼핑하며,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쓴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길고 긴 비행 시간을 인내해야 도착하는 결코 가깝지 않은 나라 북유럽은 어떻게 한국인의 일상에 안착하게 된 걸까.

지난 2014년 11월 영국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이 연구소는 2008년부터 경제, 기업가 정신, 국가 경영·통치 능력, 교육, 개인 자유, 보건, 안전 안보 사회적 자본 등 8개 분야의 점수를 매겨 살기 좋은 나라 순위를 정한다)가 세계 142개 국가 대상으로 조사한 2014 세계번영지수를 통해 살기 좋은 나라에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은 너른 면적, 적당한 인구, 풍부한 자원, 높은 교육수준, 세계에서 손꼽히는 복지국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3배 정도의 국민소득을 기록하는 선진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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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흔들림 없는 북유럽 국가들

최근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건 2008년 이후 불어 닥친 불황에도 이들 국가들은 큰 흔들림 없이 경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북유럽 5개국의 인구는 모두 합쳐도 2500만 명 정도다. 우리 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인 이들 국가가 어떻게 경제, 사회, 문화에서 이토록 높은 수준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근면과 절제를 강조하는 루터교의 영향으로 깨끗한 정부를 갖게 된 북유럽은 오랫동안 러시아 등 외세의 지배를 받아왔고 2차 대전 때는 나치에 점령되는 등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건실한 경제발전을 발판으로 선진 사회모델을 이뤄낼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높은 세금만큼이나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은 내리면 복지의 수준이 떨어질 거라 생각해 세금 감축도 반대하는 등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높다. 그런가 하면 현실적인 남녀평등의 개념이 자리잡아 최고 여성지도자가 가장 많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척박한 환경도 그들을 막을 순 없다

북유럽은 원래 춥고 척박한 땅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 까닭에 역사적으로도 유럽에서 가장 오래 낙후된 지역이었고 서유럽에 비해 발전이 한참 느렸다. 바이킹이 배를 타고 멀리 원정을 떠난 것도 땅이 비옥하지 않으니 농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였다. 또한 국토의 대부분이 숲과 호수로 이뤄져 오랜시간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핀란드 대기근도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굶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보낼 운송방법이 없어서 생긴 비극이라고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는 현명한 방식을 찾게 되었다. 북유럽 사람들은 실외는 무척 춥고 해가 빨리 지는 탓에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실내를 바깥 분위기와는 달리 밝고 따뜻하게 단장하길 원했다. 목재가 풍부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나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하나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렇게 북유럽 사람들은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에 순응하며 합리적인 생활 방식을 가꾸고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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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직접 눈으로 마주할 수 있는 북유럽

 

1.북유럽 신화의 힘


현재 영어에서 사용되는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용감한 전쟁의 신 티르(Tyr)는 화요일, 뛰어난 마술사이자 시에 능한 오딘(Odin)은 수요일을 상징한다. 신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센 토르(Thor)는 목요일,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프레이야(Freyja)는 금요일을 의미한다.

북유럽 신화에는 총 12명의 주신이 등장한다. 오딘과 토르가 가장 많이 알려진 신으로 바이킹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뿐 아니라 최근엔 미국 마블사가 만든 영웅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은 보통 죽지 않는 존재로 활약하지만, 북유럽 신화에선 모두 사람처럼 죽는다. 또한 외모가 정상적이지 않다. 오딘은 지혜를 얻는 대신 한쪽 눈을 잃었고, 지혜를 상징하는 거인 미미르는 머리만 있고 몸은 없다. 티르는 늑대 거인에게 한쪽 팔을 내주어 오른손이 없다. 이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달리 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비장한 모습을 한 채로 결국 죽음에 이르는 비운의 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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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다크 월드>

수많은 캐릭터와 거대한 서사 구조를 자랑하는 북유럽 신화는 오늘날에도 각종 영화와 게임, 문학에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는 문화 원형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 히트작인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와 베스트셀러 소설에 이어 영화로 전 세계 극장을 강타한 <반지의 제왕> 역시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2. 그들만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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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뱅앤올룹슨,칼스버그

볼보, 무민, H&M, 이케아, 레고, 일렉트로룩스, 에릭슨, 칼스버그는 모두 북유럽 브랜드다. 특히 북유럽 디자인은 인체공학적이면서도 세련된 색감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유명하다. 의자 하나에도 사람의 무의식적인 동작을 고려하고, 그릇 하나에도 환경과 전통을 생각하는 디자인에는 자연과 일상, 타인과 미래 세대에 대한 진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살고 싶은 북유럽의 집>에선 북유럽의 집에 드러난 디자인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북유럽이기에 오래 전부터 자연친화적 구조를 실천하고 있었고, 여기에 심플한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을 자랑하는 것. 이는 디자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서도 영향을 주고 받는다.

북유럽 디자인 붐은 어쩌면 각박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반성이자 대안일지 모른다. 자연과 전통을 존중하고 계급과 빈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중시하며 일상 생활에서 기능성을 먼저 생각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3. 스칸디식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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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학생들은 학교 가는 걸 무척 즐거워한다. 스웨덴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유치원이나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할 정도이니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은 미루어 짐작 가능 할 것. 이런 분위기는 1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뒤처지는 아이가 없도록 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스칸디식 교육법>을 보면, 북유럽 교육법은 높은 자존감과 행복지수를 자랑한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상함과 단호함으로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스칸디맘’, ‘스칸디대디’라 칭한다.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즐거움과 상상력을 북돋우는 생활 독서, 귄위 대신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교장선생님, 성적으로 나눈 서열 대신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문화, 자연친화적인 공간과 학교 환경, 말로만 꿈과 희망을 길러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이해와 표현이 가능하도록 이끈다. 더불어 체험에 중심을 둔 예체능 실기 교육, 진도가 느린 학생에게 배려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두면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평등과 인본주의 교육철학은 그들과 정반대의 행보로 가고 있는 한국 교육 현실에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진다.

무엇보다 왕따로 생명까지 져버리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풍경이 있다. 북유럽 국가의 학교에선 왕따나 학교 폭력의 조그만 기미만 보여도 곧 바로 대처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것이 북유럽 교육의 저력이다.

 



4. 세금 인하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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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기업의 부사장인 안시 반요키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최고 시속 50킬로미터 제한 구역에서 75킬로미터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그는 속도위반으로 단속에 걸려 범칙금을 부과 받았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한국에선 가벼운 벌금형에 해당하지만 그의 과속 운전의 대가는 컸다. 안시에게 부과된 과속 벌금은 자그마치 11만6000유로, 우리 돈으로 1억6000만 원에 이르는 대단한 금액이 고지됐다. 이 금액은 핀란드의 소득에 비례하는 세금 탓이다. 그 당시 안시 반요키의 연간 수입은 1400만 유로였는데 이를 기준으로 책정된 벌금인 것.

높은 세금에 비례하는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가 보장되고 있기에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상위권을 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체계가 유지되고 정부, 기업, 시민 간의 고세금·고복지 시스템의 운영이 가능하다.

 



5. 누드 달리기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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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라인업, 8일 내내 텐트에 머무르며 음악과 자유를 즐긴다.

매년 6월에 열리는 로스킬데 페스티벌은 록 콘서트를 비롯해 전시회, 영화 상영, 누드 달리기 대회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1997년에 시작된 북유럽 최대의 록 페스티벌이다. 작은 지역 축제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관람 인원의 50%이상이 덴마크 이외의 국가에서 방문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8일 내내 텐트에 머무르며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북유럽 청춘들의 대단한 열정을 온 몸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곳이다.

페스티벌의 규모 못지않게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것은 축제기간 중 열리는 누드 달리기 대회다. 우리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달리기 대회이지만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로 평가 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회 1등에게는 무제한의 알코올이 증정되기에 북유럽의 청춘들은 올해도 맹렬히 달릴 전망이다.

[글 신정인 기자 사진 포토파크, 볼보, 칼스버그, 로스킬데 페스티벌 참고 <북유럽 교육기행>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살고 싶은 북유럽의 집>]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74호(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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