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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VO News

남다른 5% 고객을 잡아라..수입차 판매왕들의 '뜻밖의' 노하우

[머니투데이 김미한 기자] [非 독일차 메이커 볼보, 포드, 푸조 세일즈 왕 인터뷰]

독일차가 점유율 평균 70%를 차지하는 수입차 시장에서 은근한 저력을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볼보, 푸조·시트로엥, 포드·링컨이다. 이 세 메이커는 한국수입차협회 '2014년 수입차 브랜드별 점유율' 기준으로 5% 미만이다. 하지만 성장률은 최근 3년 간 매해 9~20%이상이다.

각 사의 '2014년 판매1위' 딜러를 만나봤다. 이들 딜러 3 명의 월평균 판매대수는 10대로 '잘 나가는' 독일 브랜드의 판매왕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항상 가장 일찍 출근하고 고객에게 한 말은 끝까지 지킨다는 것, 그리고 우리 차는 가장 좋은 차라고 '진짜' 믿는다. 그리고 나머지 5%의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 꼭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귀담아 들을 만 한 판매 노하우다.


 

 

↑ 영업인들은 최근 수입차 전시장의 문턱이 낮아졌음을 실감한다. 지나던 길 불쑥 들렀다는 20대 고객이나 여성들끼리의 방문도 늘었다./사진=이기범 기자

 

 

↑ 김대준 에이치모터스 팀장의 또 다른 비결은 '한 박자 천천히'. 그는 새 차 인도 시 선물을 많이 안기는 것 보다는 며칠이 지난 후 고객에게 작은 선물을 보낸다고 한다. 뜻밖의 선물에 고객은 훨씬 더 긴 감동을 받는다./사진=이기범 기자

◇ 전문직 고객? 고객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세요.

"'계약서 주세요' 할 때 까지 기다립니다."

볼보의 판매왕, 김대준 팀장(H모터스)은 자칭 '소심한 B형'이다. 목소리는 작고 말투는 조곤조곤하다. 그러나 그의 기록은 작지 않다. 2003년 볼보 세일즈에 입문,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누적판매 1000대를 기록했다.

김 팀장의 영업비결은 거리두기다. '분위기만 만들고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것'이다. 볼보의 고객도 알고 보면 참 말수가 적다. 불필요한 참견도 거북해 한다.

전시장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고, 퇴근은 정시에 한다. 고객과 따로 만나거나 저녁에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 그는 무역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섬유회사에 근무하다 차가 좋아 자동차 업계에 입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출퇴근 패턴은 여전하다.

볼보 고객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철학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에게 차로 과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솔직히 '차는 나를 위한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지인의 소개로 왔더라도 그 얘길 딜러에게 하지 않아요. 브랜드 초기부터 의사 고객이 많은데, 차 받을 때 까지 한 번도 못 뵌 고객도 꽤 됩니다. 제주도에 계신 분은 차도 따로 받으셔서 아직 못 뵈었어요."

볼보 고객은 재구매율도 높고 현금 납입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새 차 구매 주기가 수입차 고객 평균인 3년보다 길다. 4~5년은 가뿐하다.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속쓰린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김 팀장은 사후서비스(AS)가 빠르고 소모품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서라고 한다.

김 팀장이 수입차 판매에 입문한 첫 해는 볼보가 한 달에 50대쯤 팔리던 시절이다. 그간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뭘까? "전문직 사위를 위한 혼수용 구매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부모님 차를 사러 왔다는 남성 고객은 열에 아홉은 아들이 아니라 사위예요(웃음)."


 

◇ 부속 이름까지 꿰고 오는 고객? 뜻밖에 금융 정보로 친근하게 대해요.

"저희 고객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익스플로러 사려고 하는데요'라고 해요. 이것 참 쉽고도 어렵죠."

임승관 팀장(프리미어스 모터스)은 지난해 포드링컨을 합쳐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9대의 기록이었다.

이력도 다채롭다. 의류회사 관리직에서 자동차 세일즈로 변신했다. 르노삼성과 현대캐피탈을 거쳐 포드까지 왔다. 그의 무기는 여기에 있다. 금융회사 경험을 살려 다소 복잡한 구매 상품을 쉽게 권한다.

"지금은 포드는 어떤 고객이 산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건 제 직업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고요(웃음).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해요. 제가 경험한 포드 고객들은 연구파가 많습니다. 맥퍼슨 더블 위시본이 어떤 건지 정도는 알고 들어오세요. 초기에 차에 대해 지식이 부족했을 때는 아예 할 얘기가 없어지는 기분에 눈물났죠."

포드는 예전에는 유학이나 주재원 경험 등 미국 생활을 체험한 사람들이 고객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지금은 '안전하고 튼튼한 차'로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한 것은 포드 고객은 자신이 사고 싶은 모델에 대해 기술적인 면까지 꿰뚫고 온다는 점이다.

포드 역시 재구매율이 높다. 아직까지 남성 고객이 주를 이루는 것도 특징이다. 링컨은 클래식한 느낌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임 팀장이 생각한 또 하나의 변화는 비교 대상의 차이다.

"예를 들면, 포드 익스플로러는 기아 모하비 디젤과 고민 합니다. 자신의 주행 거리를 아는 고객은 가격차이 보다는 가솔린의 편안함과 더 확실한 옵션을 선택해요. 수입차와 미국차에 대한 영역 자체가 옅어지고 있어요."


 

◇ 실속파 고객? 경쟁모델까지 다 보고 오시라고 솔직하게 말씀 드려요

"저희 차는 팔기 쉬운 차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가성비 최고인데요?"

푸조시트로엥의 판매왕 최호성 팀장(케이엠오토모빌)은 뭐든 낙천적이다. 2001년 대학 졸업 전 경험삼아 시작한 자동차 세일즈가 그대로 천직이 됐다. 현대자동차 서울법인에서 시작했는데 실습을 나간 이튿날 바로 차를 팔았다. 그 뒤로도 10년 간 지역별 판매 시상 순위에서 빠진 적이 없다.

2011년 푸조로 왔다. 차에 대해서 완전히 새롭게 공부해야 했다. 국산차는 나가서 영업하지만 수입차는 들어오는 고객을 맞이해야 했다. 그만큼 더 깊은 지식도 요구했다.

푸조나 시트로엥만큼 경쟁 모델이 다양한 차도 없다. 208과 308, 최근 돌풍을 일으킨 2008까지 2000만원대 후반부터 3000만원대 이르는 고연비 디젤 차종의 선봉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국산 중형부터 폭스바겐, BMW 1시리즈까지 3~4개 모델은 기본이다.

또 장거리 출퇴근 고객이 많아서 성능과 효율을 꼼꼼하게 따진다. 그래서 경쟁차종의 장점까지 꿰뚫고 솔직하게 얘기 하는 것이 푸조 영업왕의 비결이다.

최 팀장은 푸조는 말 그대로 감수성이 예민한 고객이 많다고 느낀다. '허세'도 없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온 청년 고객이 매해 몇 대 씩 계속 사는 기업 고객일 때도 있다. 기존 고객 중 70%는 재구매할만큼 충성도도 높다. 캠핑장이나 공연에 가면 주차장에서 모르는 사람 끼리도 푸조나 시트로엥을 타고 있으면 대화를 시작한다고.

최 팀장을 가장 당황하게 하는 말은 예전보다 푸조가 많이 팔려서 걱정이라는 고객의 말이다. '레어템'이라 좋았다는 의미의 농담이지만 영업인으로서는 떨릴만한 소리. 갈수록 차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성능과 옵션으로 강조해서는 소용이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정보가 넘쳐요. 대신 고객들이 필요나 성향에 맞는 차를 찾는 성향이 생겼죠. 시장이 확대될수록 남다른 뭔가가 필요하겠죠."

최 팀장이 생각한 진짜 노하우는 하나 더 있다. '거짓말은 안 할 것 같은 소박한 인상'이다.

김미한 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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